- 영덕군청 앞 150여 명 집결…“울주·영광 등 전국 어디에도 핵발전소 안 돼”
- 산불 피해 주민에 또다시 희생 강요 비판…“재생에너지 중심 전환 필요”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이 영덕을 신규 핵발전소 부지로 선정하고, 부산 기장의 소형모듈원자로(SMR) 부지 확정과 울산 울주, 전남 영광 등의 추가 핵발전소 건설 가능성을 시사하며 핵발전 확대 정책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에 반발하는 전국 시민사회가 영덕에 모여 신규 핵발전소 부지선정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신규핵발전소저지전국비상행동은 지난 11일 오후 2시 영덕군청 앞에서 ‘영덕 신규핵발전소 부지선정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광주·전남, 전북, 서울·경기, 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 등 전국 각지의 시민사회 관계자 150여 명이 참석해 정부의 핵발전 확대 정책 중단을 요구했다. 사회를 맡은 안재훈 집행위원장은 "정부가 지역을 바꾸어가며 핵발전 확대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라며 "이는 영덕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적인 문제"라고 강조했다.
첫 발언자로 나선 최인엽 영덕핵시설저지30km연대 집행위원장은 올해 초대형 산불 피해를 입은 승리마을이 신규 핵발전소 예정부지에 포함된 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최 위원장은 “산불로 모든 것을 잃은 주민들에게 정부는 핵발전소를 짓겠다며 또 한 번 삶의 터전을 내놓으라고 하고 있다”라며 “지역경제와 인구감소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주민들을 쫓아내면서 어떻게 인구감소를 막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영덕은 주민들의 힘으로 핵시설을 막아낸 역사적 지역임을 강조하며 주민들의 삶이 핵산업과 부동산 투기의 먹잇감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기존 핵발전소 지역의 고통을 증언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정수희 탈핵부산시민연대 집행위원은 부산 기장의 사례를 들며 “핵발전소 인근 주민들은 수십 년째 피해보상 소송을 하고 있고, 이주를 요구하는 상황”이라며 “핵발전소가 지역을 살린다는 것은 거짓말”이라고 비판했다. 정 위원은 “영덕은 아름다운 바다와 자연을 보기 위해 찾는 곳으로 남아야 한다”라며 부산과 울산, 영덕이 함께 끝까지 연대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영덕의 청정 자연과 생계 문제를 우려하는 지적도 제기됐다. 유병제 대구환경운동연합 상임의장은 “대게와 아름다운 바다, 농수산물은 영덕의 가장 큰 자산인데, 핵발전소가 들어선 뒤에도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찾겠는가”라며 주민들이 입을 실질적 피해를 우려했다. 아울러 “전력이 필요하다면 전기를 가장 많이 쓰는 대도시 근처에 발전소를 지으면 된다”라며 깨끗한 지역에만 희생을 강요하는 구조를 비판하는 동시에, 핵폐기물을 미래세대에게 떠넘기는 행위의 비정함도 덧붙였다.
연대 세력의 결집도 확고했다. 안승찬 신규원전반대울산범시민대책위 집행위원장은 “영덕의 핵발전소를 막는 것이 곧 울산과 대한민국 어디에도 신규 핵발전소를 짓지 못하게 하는 길”이라며 국가가 해야 할 일은 핵발전소 건설이 아닌 산불 피해 주민들의 삶을 회복하도록 돕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마지막 발언자인 이헌석 공동대표는 영덕이 핵폐기장과 핵발전소 문제로 이미 수차례 투쟁을 이어온 지역임을 상기시켰다. 이 대표는 “영덕은 회색빛 핵발전소가 아니라 푸른 하늘과 푸른 바다로 기억되어야 할 곳”이라며 “이번 싸움이 영덕의 마지막 핵시설 반대투쟁이 되기를 바라며, 영덕이 이겨낸다면 대한민국도 신규 핵발전소를 짓지 않는 나라로 나아갈 수 있다”라고 독려했다.
참가자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에 요구사항을 명확히 전달했다. 이들은 ▲영덕 신규핵발전소 부지선정 즉각 철회 ▲영덕·울주·영광 등 전국 신규 핵발전소 및 SMR 건설 계획 중단 ▲영덕군의 유치 추진 중단과 주민 자기결정권 존중 ▲핵발전 확대 정책 폐기 및 재생에너지와 분산형 전력체계 중심의 정의로운 에너지전환 정책 추진을 촉구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참석자들은 산불 피해지역이자 핵발전소 예정부지인 석리와 노물리를 방문했으며, 영덕 시내 곳곳에 신규핵발전소 반대 현수막을 걸며 현장 행동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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