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극적인 설정과 통쾌한 전개 속에서 시청자들이 공통적으로 던지는 질문은 하나다. “왜 저렇게 나쁜 범죄를 저지른 저 아이들은 처벌받지 않는가?” 이는 단순한 드라마적 상상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 사회가 직면한 촉법소년 문제에 대한 현실적인 의문이기도 하다.
현행법상 만 14세 미만의 청소년은 형사처벌 대신 보호처분을 받는다. 본래 취지는 분명하다. 아직 가치관이 완전히 형성되지 않은 청소년에게 낙인을 찍기보다, 교육과 교화를 통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도록 돕자는 것이다. 이 원칙 자체를 부정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 취지를 충분히 구현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촉법소년 범죄는 연평균 1만 명 내외 규모로 발생하고 있으며, 절도와 폭력뿐 아니라 강력범죄의 비중도 점차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만 14세 미만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잔혹한 범죄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일부 청소년들이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점을 인지하면서 범행에 대한 경각심이 약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틈을 이용해 성인이 청소년을 범죄에 끌어들이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보호를 전제로 한 제도가 오히려 범죄의 ‘안전지대’처럼 인식되는 상황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최근 촉법소년의 연령을 낮추자는 문제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물론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면 어린 나이에 형사처벌을 받게 되어 낙인효과가 커지고, 오히려 재범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다. 또한 청소년 범죄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가정 해체, 학교 부적응, 사회적 불평등 등 구조적 원인에서 비롯된 만큼 국가와 사회의 책임이 더 크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가진다. 처벌보다 교육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원칙 역시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들이 현실의 문제를 충분하게 설명해 주지는 못한다. 책임이 결여된 보호는 교육이 아니라 방치에 가깝다. 범죄를 저질러도 실질적인 책임을 지지 않는 경험이 반복될 경우, 청소년은 사회 규범을 학습할 기회를 잃게 된다. 결국 이는 더 큰 범죄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이제는 촉법소년에 대한 접근 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 핵심은 ‘처벌이냐 보호냐’의 이분법이 아니라, ‘책임 있는 보호’로의 전환이다. 범죄를 저지르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이 따른다는 원칙을 분명히 하되, 동시에 다시 사회로 돌아갈 수 있는 교화의 길을 함께 열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촉법소년 연령 기준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논의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프랑스는 13세, 캐나다는 12세부터 형사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다만 주목해야 할 점은 이들 국가가 단순히 처벌 연령만 낮춘 것이 아니라, 전문 상담과 보호관찰, 가족 연계 프로그램 등 체계적인 교정 시스템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처벌과 교화가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는 것이다.
우리 역시 이러한 방향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연령기준 조정이 논의된다면, 그것은 단순한 처벌 강화가 아니라 책임교육의 출발점이어야 한다. 동시에 보호처분의 실효성을 높이고, 심리상담과 사회봉사,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해 재범을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분명 어려운 과제임에 틀림없다.
특히 중요한 것은 초기 대응이다. 첫 비행 단계에서부터 명확한 책임을 인식시키고, 전문적인 개입을 통해 행동을 교정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훨씬 큰 효과를 가져온다. ‘한 번쯤은 괜찮다’는 잘못된 신호를 주는 순간, 그 대가는 사회 전체가 감당해야 한다.
촉법소년 문제는 단순히 법률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 사회가 미래 세대에게 어떤 기준을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책임을 가르치지 않는 보호는 진정한 보호가 아니다. 처벌만을 강조하는 접근 역시 해답이 될 수 없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참교육’이라는 이름의 감정적 응징이 아니라, 책임과 기회를 함께 부여하는 ‘책임교육’이다. 잘못에는 분명한 책임을 묻되,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 그것이 촉법소년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현실적이고도 지속 가능한 해법일 것이다. 촉법소년 연령 조정은 처벌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책임 있는 보호를 시작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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