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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신과 범죄 사이, 우리가 놓친 거리

  • 편집부
  • 입력 2026.08.03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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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균(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최근 경북 경산에서 전신 문신을 한 20대가 친구를 살해한 뒤 나체로 거리를 배회한 사건이 발생해 사회적 충격을 주었다. 사건의 잔혹성과 함께 ‘전신 문신’이라는 외형이 부각되면서, 문신과 범죄를 동일시하는 시선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온라인에서는 이 사건을 계기로 청소년들의 문신 관심이 확산되는 기현상까지 나타났다. 

이제 우리는 냉정하게 물어야 한다. 문신은 범죄의 징표인가, 아니면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편견의 산물인가.

  

 문신(Tattoo)은 피부에 색소를 주입해 그림이나 글씨를 남기는 행위이자 결과물로, 역사적으로 주술·의례·신분 표시의 기능을 수행해 왔다. 고대 사회에서는 성인식과 공동체 소속의 상징이었고, 마오리족의 ‘모코’처럼 개인의 계보와 지위를 드러내는 사회적 언어이기도 했다. 반면 일본 에도시대에는 범죄자에게 형벌로 문신을 새기는 ‘입묵’이 시행되었고, 이는 훗날 야쿠자 문화 속에서 충성과 결속의 상징으로 변주되었다. 서구에서는 20세기 이후 자기표현의 독특한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우리 사회에서 문신은 오랫동안 부정적 낙인과 결합되어 왔다. 조선시대 신체를 훼손하는 경형(黥刑)의 기억과 산업화 시기 폭력조직 문화가 겹치면서, 문신은 ‘위협’과 ‘일탈’의 상징으로 굳어졌다. 1980년대 문신 소지자들이 삼청교육대에 강제 수용되었던 사례는 신체 표현이 국가 통제의 대상이 되었던 극단적인 단면이다. 이처럼 문신을 바라보는 시선은 단순한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역사와 권력이 축적해 온 인식의 결과물이다.

  

 그렇다면 문신과 범죄 사이에 실제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문신 자체가 범죄 성향을 예견하거나 결정짓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 다만 문신이 범죄와 ‘연결되어 보이는’ 착시와 맥락이 존재할 뿐이다.

  

 실제로 일부 조직폭력배는 문신을 세력 과시와 위계 설정의 코드로 활용한다. 일본 야쿠자, 러시아 범죄조직, 남미 갱단이 대표적이다. 국내에서도 조직폭력 소속을 암시하는 문신이나 불법 시술이 연계된 사례가 있다. 하지만 이는 ‘문신이 범죄를 유발한다’는 뜻이 아니라, ‘범죄집단이 문신을 도구로 악용한다’는 사실을 보여줄 뿐이다. 원인과 결과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

  

 최근 문신의 사회적 의미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청년층에게는 개성 있는 자기표현의 수단으로 자리 잡았고, 흉터 보완이나 유륜 복원 같은 메디컬 타투도 활성화되는 추세다. 물론 우리나라 대중, 특히 기성세대 및 성인 대다수는 여전히 문신에 대해 온전히 긍정적이거나 반가운 시선을 보내지 않는다. 거부감이나 불편함이 엄연히 존재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반기지 않는다’는 감정이 ‘문신이 절대적으로 나쁘거나 범죄’라는 의미는 아니다. 타인의 취향이나 영역을 존중하되, 대중적 호감도와는 별개의 문제로 바라보는 사회적 유연성이 서서히 형성되고 있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은 위생 기준과 자격 요건을 법제화해 제도권 산업으로 관리하고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여전히 법적, 제도적 공백 속에 음성화되어 있어, 비위생적 시술과 소비자 피해, 청소년 대상의 무분별한 시술이 반복되는 부작용을 겪고 있다.

 

  이제 정책의 초점은 ‘금지냐 허용이냐’라는 이분법적 논쟁을 넘어 ‘안전하고 투명한 관리’로 이동해야 한다. 시술자의 자격 인증과 위생 기준을 정립하고, 미성년자 보호 장치를 제도화해야 한다. 동시에 불법 시술과 조직폭력의 결합을 철저히 차단하는 법적 정비가 시급하다.

 

  사회적 인식 역시 균형을 회복해야 한다. 문신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범죄성을 단정하는 것은 위험한 편견이다. 동시에 문신이 대중에게 주는 위협감이나 사회적 맥락을 무시하는 태도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외형이 아니라 ‘행위’다.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은 피부에 새겨진 표식이 아니라 그 사람의 책임 있는 태도와 행동이다.

 

  문신은 몸에 남는 흔적이지만, 그 의미를 규정하는 것은 시대와 사회다. 범죄와의 단선적 연결고리를 끊어내고 문화와 산업, 안전의 관점에서 입체적으로 바라볼 때 비로소 불필요한 공포와 오해를 거둬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문신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우리 사회의 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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