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인공지능)는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 검색과 추천, 번역과 의료 진단까지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특히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서 최적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기술이라는 점에서 공공행정, 그 중에서도 시민의 삶과 가장 가까운 지방자치행정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이제 지방자치단체는 경험과 직관에 의존하던 행정을 넘어, 데이터와 알고리즘에 기반한 ‘지능형 행정’으로 전환해야 하는 시대에 서 있다.
AI는 지역혁신과 지역발전의 핵심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교통과 환경, 복지와 안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시간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여 문제를 사전에 예측하고 대응하는 ‘스마트 행정’이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교통 분야에서는 AI가 교통량을 분석해 신호체계를 자동으로 조정함으로써 교통체증을 줄이고, 환경 분야에서는 미세먼지나 수질 데이터를 분석해 오염을 사전에 예측한다. 복지 분야에서는 취약계층을 선제적으로 발굴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며, 범죄 예방에서도 AI 기반 분석을 통해 순찰 경로를 최적화하는 등 보다 효율적인 치안 행정이 가능해진다.
이미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AI 도입을 통해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국내에서는 스마트시티 사업을 중심으로 교통·안전·환경 관리에 AI를 활용하고 있으며, 민원 처리 과정에서도 챗봇을 도입해 24시간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행정의 효율성 향상을 넘어 시민의 체감 만족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특히 반복적이고 단순한 업무를 AI가 담당함으로써 공무원은 보다 창의적이고 전략적인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되는 점도 중요한 변화이다.
해외 선진국의 사례는 더욱 주목할 만하다. 미국은 ‘데이터 기반 도시’로 나아가고 있다. 뉴욕과 로스앤젤레스는 AI를 활용해 교통 흐름과 범죄 발생 패턴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경찰력과 행정 자원을 선제적으로 배치한다. 과거에는 사후 대응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위험을 미리 예측하는 예방 행정으로 전환되고 있다.
영국은 공공서비스 전반에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도입해 행정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고 있다. 영국의 지방정부는 AI 챗봇과 자동 민원 처리 시스템을 도입해 시민 문의에 24시간 대응하고, 복잡한 행정 절차를 간소화했다. 그 결과 공무원의 업무 부담은 줄고, 시민은 더 빠르고 정확한 서비스를 받게 되었다. 행정의 친절함이 기술을 통해 구현된 셈이다.
독일은 ‘지속가능한 지역 혁신’에 초점을 맞춘다. 스마트시티 정책 속에서 AI는 에너지 소비를 최적화하고 교통 혼잡을 줄이는 데 활용된다. 특히 지역 단위에서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강화함으로써, 환경과 경제를 동시에 고려하는 균형 잡힌 도시 운영이 이루어지고 있다. 일본은 ‘고령사회 대응’이라는 현실적 과제에 AI를 접목했다. 지방자치단체는 AI 상담 시스템과 돌봄 지원 기술을 도입해 노인 인구 증가에 대응하고 있다. 인력 부족 문제를 기술로 보완하면서, 동시에 주민 맞춤형 서비스 제공이라는 새로운 행정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싱가포르는 ‘스마트 네이션(Smart Nation)’ 전략을 통해 교통, 의료, 도시관리 전반에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세계적인 스마트 도시 모델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국가들은 공통적으로 AI를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행정 혁신의 핵심 인프라’로 인식하고 체계적으로 도입하고 있다는 특징을 보인다.
AI 기반 지방자치행정은 여러 기대효과를 가져온다. 행정의 효율성과 정확성이 획기적으로 향상되고, 정책 수립 과정에서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 가능해져 정책 실패의 위험이 줄어든다. 또한, 시민 맞춤형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져 행정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며, 지역 간 정보 격차를 줄이고 균형발전을 촉진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즉, AI는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지역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순조롭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도 함께 해결되어야 한다. 우선, 데이터의 확보와 품질 관리가 중요하다. 부정확하거나 편향된 데이터는 잘못된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개인정보 보호와 윤리 문제에 대한 제도적 장치도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 아울러 지방자치단체 간 기술 격차를 해소하고, 공무원의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는 교육과 지원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AI를 ‘도구’로 활용하되, 최종적인 판단과 책임은 사람에게 있다는 원칙을 분명하게 하는 것이다.
이제는 AI를 도입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시민의 삶을 바꾸는 도구로 쓸 것인가의 문제다. AI 행정의 격차는 지역의 격차로 이어질 것이다. AI는 기술이 아니라 ‘행정의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
AI 시대의 지역혁신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향해야 한다. 지역주민의 삶을 더 나아지게 하는 방향으로 AI를 활용할 때, 비로소 진정한 지역혁신이 완성될 것이다.


필자는 2025년 국회 AI 포럼 초청으로 국회의원회관에서 “AI가 만드는 안전한 거리‘라는 주제로 특강을 했다.
BEST 뉴스
-
탄소 중립의 게임 체인저, 대마(Hemp)
보건학박사 김문년 전 세계는 지구 온난화 1.5℃ 한계선을 지키기 위해 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 중립(Net-Zero) 전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산업 공정 감축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 이미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포집·격리하는 인공적 기술(CCUS)은 톤당 100~600달러에 달... -
빨간 날보다 평범한 날이 좋은 이유
“아빠, 엄마! 저는 빨간 날이 싫어요.”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 시절, 나는 부모님께 늘 이렇게 말하곤 했다. 여기서 ‘빨간 날’이란 달력에 빨간색으로 표시된 일요일과 공휴일을 뜻한다. 그때는 토요일에도 수업이 있던 시절이었다. 학교에 가지 않는 공휴일이면 친구들을 만날 수 없었... -
‘술 김에’ 저지른 범죄, 솜방망이 처벌 언제까지 방치할 건가
박동균(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인류의 오랜 역사와 함께해 온 술은 소통과 위로의 매개체가 되기도 하지만, 적절한 수준을 넘어설 때 개인과 사회를 위협하는 흉기로 변한다. 과도한 음주는 뇌의 판단 기능을 흐리게 만들고 통제력을 상실시켜 순식간에 범죄의 길로 들어서... -
마약과의 전쟁, 단속만으로는 끝나지 않는다
박동균(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대한민국은 더 이상 ‘마약 청정국’이 아니다. 마약류 사범은 해마다 증가해 2만 명에 육박하고 있으며, 적발되지 않은 암수범죄까지 고려하면 실제 마약 사용과 중독 규모는 통계보다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 더욱 심... -
도덕성은 기본, 이젠 ‘일 잘하는 인재’를 검증하라
박동균(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개각을 계기로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가 다시 국민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이 장관 등 고위공직자를 임명하기 전, 국회가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 도덕성, 정책적 소신을... -
명절의 웃음 뒤에 숨은 눈물, 가정폭력을 막아야 한다
박동균(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가정폭력이 늘고 있다는데, 정말 그런가요?” 최근 사회부 기자들이 필자에게 자주 하는 질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신고 통계상 가정폭력은 분명 증가하고 있다. 경북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경북도 내 가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