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지역사회의 가장 중요한 공공자산이다. 대학은 강의실 안에서 지식을 전달하고 학위를 수여하는 기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지역의 인재를 키우고, 지역의 문제를 연구하며, 주민의 삶을 개선하는 실천적 기관이 되어야 한다.
오늘날 대학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적지 않은 재정이 투입된다. 교육과 연구 국고지원금은 물론, 산학협력과 지역혁신을 위한 공공재정 역시 대학으로 들어간다. 대학이 사적 기관이 아니라 국가와 지역사회를 위해 존재하는 공공기관이라는 뜻이다. 또한, 대학 구성원들은 지역의 주거와 병원, 교통 등 생활 서비스를 이용하며 성장한다. 대학과 지역사회가 서로 돕고 책임을 나누는 상생의 원리가 작동해야 하는 이유다.
그동안 수많은 대학이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대학’을 외쳐왔다. 그러나 이제 구호만으로는 부족하다. 주민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변화와 성과가 시급하다. 주민이나 지역 기관이 대학을 찾아왔을 때 “우리 업무가 아니다”라며 발길을 돌리게 만드는 시대는 완전히 끝내야 한다.
이를 위해 대학 내부 조직부터 과감히 변해야 한다. 대학 내에 ‘지역사회공헌팀’이나 ‘지역상생센터’ 같은 전담 부서를 설치하는 것이 시급하다. 주민의 요구를 접수하는 원스톱 창구를 만들고, 적합한 학과와 전문가를 연결하며, 사업의 실행까지 책임지는 일관된 원스톱 행정 체계를 반드시 갖춰야 한다. 이 부서의 책임자는 대학에서 가장 우수한 인재가 맡아야 한다.
지역사회가 대학에 원하는 바는 매우 구체적이다. 소상공인과 전통시장은 경영 자문, 디자인, online 판로 개척을 원한다. 농촌 마을은 특색 있는 관광상품 개발을, 경로당과 요양원은 건강·문화 봉사활동을 기다린다. 청소년 진로 상담과 법률과 복지, 안전 분야의 상담을 필요로 하는 주민도 많다.
이는 결코 사소한 일이 아니며, 주민 삶과 직결된 생생한 현장 문제다. 경영학과는 소상공인을 돕고, 디자인학과는 상권 이미지를 개선하며, 보건·간호 관련 학과는 돌봄을 지원할 수 있다. 경찰행정학과 역시 범죄예방, 교통안전, 보이스피싱 예방교육으로 지역 안전을 지킬 수 있다. 대학이 가진 전문성과 시설 인프라를 신속히 연결하는 구조만 갖춰진다면 즉각적인 해결이 가능하다.
해외 주요 대학들은 이미 이러한 역할을 핵심 책무로 받아들이고 있다. 미국의 ‘랜드그랜트 대학’은 지역사회 확장사업을 통해 농업기술과 지역 경제를 지원해 왔고, 영국은 대학과 지방정부가 ‘시민대학 협약’을 맺어 공공서비스에 참여한다. 독일은 중소기업과의 기술 이전을 제도화했으며, 일본 역시 대학과 지자체의 협력으로 지방소멸에 대응하고 있다.
대학의 지역공헌은 일회성 행사나 일부 교수나 학생들의 사회봉사나 선의에 맡길 일이 아니다. 대학의 조직과 예산, 교육과정, 평가체계 속에 정식으로 반영되어야 하는 핵심 기능이다. 학생들의 참여 역시 단순 봉사를 넘어 전공 연계형 현장학습과 문제해결 프로젝트로 발전시켜야 실무능력 함양과 지역 발전이라는 ‘일석이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와의 협력을 보다 활성화하고, 대학의 평가 기준 역시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 몇 차례 행사를 열었는지가 아니라 몇 명의 주민들이 어떤 실질적인 혜택을 체감했는지가 대학의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
이제 대학은 말로만 혁신을 외칠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공헌팀’과 같은 실천적 창구를 통해 현장으로 직접 뛰어드는 진짜 변화를 보여주어야 한다. 지역이 대학을 키우고 대학이 지역을 살리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것, 이것이 지방소멸의 시대를 극복하는 가장 현실적인 답이다. 대학이 먼저 문을 열고 지역사회의 손을 잡을 때 비로소 대학은 지역의 진정한 희망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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