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5월 가정의 달에 끔찍한 아동학대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다. 통계적으로 볼 때, 지난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41명의 아동이 학대로 사망했다. 아동학대는 의사 표현과 저항이 어려운 영유아들을 대상으로 발생하는 강력범죄다. 가해자 중 부모의 비중이 80% 이상으로, 대부분 가정 내에서 발생한다. 가정은 매우 은밀한 사적 공간이라서 외부의 접근과 통제가 어렵다. 그래서 학대가 오래 지속되거나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가정에서 아동학대가 많이 발생한다’는 것은 가정이 위험해서라기보다는 아동학대가 ‘숨겨진 환경’에서 발생하기 쉬운 구조라는 의미가 더 크다.
아동학대는 가해자(범죄자)에 대한 처벌 강화는 물론이고, 무엇보다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아울러 발견 즉시, 신속하게 가해자와 분리 조치하고, 학대아동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촘촘하고 안전한 시스템이 갖추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동학대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강조하건대, 아동학대는 가해자에 대한 엄벌이나 제도 개선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상처받은 아이들이 치유를 거쳐 건강하게 사회로 돌아올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이다.
현재 아동학대에 대한 기본적인 체계는 갖춰져 있지만 아직까지는 미흡한 편이다. 우리나라는 아동학대 대응을 위해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신고 접수, 조사, 사례 관리를 하고 있고, 학대피해 아동 쉼터는 긴급 보호 및 단기 생활, 심리치료 지원, 상담·치료 연계, 자립준비금, 주거·취업 지원 등을 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시설의 양과 질이 모두 부족하다.
특히, 대구시에는 학대피해아동 쉼터가 총 4개소에 불과하다. 각 쉼터의 정원이 5~6명이고, 숙식 보호, 심리검사 및 치료, 학습 · 정서 지원을 하고 있다. 하지만 쉼터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소규모 시설과 낮은 정원으로 장기 보호가 어렵고, 빠른 퇴소 압박을 받고 있다. 또한 심리치료가 부족해서 단기 상담 위주, 복합 트라우마 치료(PTSD 등)는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자립으로 이어지는 체계가 약하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보호는 되지만 회복과 삶의 재건은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아동보호 쉼터를 확대하고, 유형을 다양화해야 한다. 단기, 중장기, 치료형 쉼터로 분리하고, 학대 유형별(성 · 정서 · 방임) 특화 시설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치료 중심 체계를 단순 상담에서 임상심리 · 정신과 치료를 체계화하고, 최소 1~2년 장기 치료 지원해야 한다.
아동학대는 제도와 정책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작은 행동들이 실제로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 먼저, 관심을 갖고 ‘이상 신호’를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가 반복적으로 다치거나, 극도로 위축되어 있거나, 특정 어른을 과하게 두려워하는 모습은 학대의 신호일 수 있다. 이런 경우 ‘설마’ 하고 넘기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
확실한 증거가 없어도 ‘의심’만으로도 신고가 가능하고, 신고자의 신원은 철저하게 보호된다. 신고는 ‘문제를 만드는 행동’이 아니라 ‘아이를 보호하는 행동’이다. 또한, 주변 부모나 보호자를 비난보다 지원하는 태도도 중요하다. 양육 스트레스가 큰 상황에서 학대가 발생하기도 한다. 주변에서 “힘들면 도와달라”고 말해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예방에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이웃에서 아이를 잠깐 봐주거나 정보를 공유하는 것도 의미 있는 행동이다.
그리고 체벌을 훈육으로 당연하게 여기는 문화는 사라져야 한다. 훈육은 아이의 행동을 가르치고 올바른 방향으로 안내하는 과정이며, 체벌은 어떤 이유로도 훈육 방법으로 부적절하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 ‘사랑의 매’는 없다. 어떠한 체벌도 학대이다. 아동학대는 한 가정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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