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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찰은 거리의 눈이고, 공동체의 약속이다

  • 편집부 기자
  • 입력 2026.10.12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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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균(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경찰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일이다. 범죄를 예방·진압하고 사건을 수사하며 피해자를 보호하는 경찰은 시민과 가장 가까운 형사사법기관이다. 그중에서도 파출소와 지구대에 근무하는 지역경찰은 주민의 일상과 가장 밀접한 곳에서 활동한다. 112 신고를 받고 현장으로 출동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위험을 미리 감지하고 범죄 기회를 차단하는 범죄예방 순찰은 더욱 중요하다.

  

 순찰은 단순히 순찰차가 도로를 지나쳐 가는 행위가 아니다. 경찰관이 골목과 공원, 상가와 주택가를 세심히 살피며 “이곳은 경찰이 지켜보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핵심 치안 활동이다. 범죄자에게는 강력한 억제 메시지이고, 시민에게는 따뜻한 안심 메시지다.

 

 이제는 형식적인 순찰에서 벗어나야 한다.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경로를 차량으로 반복 순찰하는 방식만으로는 다변화하는 범죄 양상과 주민들의 높아진 안전 욕구를 충족하기 어렵다. 앞으로의 순찰은 범죄 위험 시간대와 장소에 역량을 집중하는 ‘문제해결형 순찰’로 전환되어야 한다.

 

 야간과 심야 시간대 순찰을 강화하고, 유흥가와 원룸 밀집지역, 공원, 골목길 등 범죄 취약지역을 집중적으로 살펴야 한다. 112 신고가 반복되는 지역과 범죄 다발지역에는 탄력순찰을 적극 실시하고, 차량 순찰과 도보 순찰을 유기적으로 병행해야 한다.

 

 순찰차를 골목에 세워둔 채 차량 안에서 장시간 대기하거나 휴식하는 모습은 실제 사정과 관계없이 주민에게 소극적인 치안활동으로 비칠 수 있다. 근무와 휴식 기준을 명확히 정립하되, 순찰 시간만큼은 차량에서 내려 주민들의 생활공간을 직접 확인하는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 주민과 눈을 맞추고 지역의 작은 불편까지 살피는 것이야말로 지역경찰의 본령이다.

 

 미래의 순찰은 비단 사람만의 영역에 머물지 않는다. AI(인공지능)와 첨단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순찰’이 빠르게 현실화되고 있다. 드론은 넓은 지역을 짧은 시간에 살필 수 있으며, 야간이나 산악·하천·해안처럼 경찰관의 접근이 어려운 장소에서도 큰 힘을 발휘한다. 실종자 수색과 재난 현장 확인, 대형 행사장 안전관리, 범죄 취약지역 감시 등에서 드론의 역할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실제로 싱가포르 경찰은 드론 보관·충전 거점을 활용해 원격 항공순찰을 실시하고 있다. 드론에 열화상 카메라, 탐조등, 스피커 등을 탑재해 현장을 정밀 확인하고, 지상의 경찰관이 그 정보를 바탕으로 신속 대응하는 방식이다. 공항과 대형 행사장은 물론 지하철역 등에서는 이동형 로봇을 활용한 안전관리도 시도되고 있다.

 

 그러나 어떠한 첨단기술도 경찰관의 역할을 완전히 대신할 수는 없다. 드론과 로봇은 경찰관의 눈과 귀를 확장해 주는 보조 장비일 뿐, 시민과 직접 소통하며 현장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책임지는 주체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개인정보 보호, 촬영 범위, 영상 보관 기간, 오작동 시 책임 소재 등도 제도적으로 정비해야 한다. 기술 도입은 신속히 추진하되, 통제와 책임의 기준은 더욱 엄격히 적용해야 하는 이유다.

 

 순찰의 미래가 오직 첨단기술에만 있는 것도 아니다.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생활 속 순찰’ 역시 매우 중요하다. 서울시에서 시작된 ‘반려견 순찰대’는 시민과 반려견이 동네를 산책하며 범죄 취약지역과 생활 속 위험요인을 살피는 대표적인 주민참여형 치안 모델이다. 고장 난 가로등이나 파손된 보도, 쓰러진 주취자 등 위험 요소를 발견하면 경찰이나 지방자치단체에 즉시 신고한다. 반려견 순찰대의 진정한 의미는 일상적인 산책을 하던 주민들이 동네 안전에 관심을 갖고 생활 속 파수꾼이 된다는 데 있다. 경찰이 모든 골목을 24시간 지킬 수 없는 현실에서, 주민들의 일상적 산책은 더없이 촘촘하고 훌륭한 치안 안전망이 된다.

 

 다문화 사회의 흐름에 맞춘 주민참여 순찰도 필요하다. 외국인 주민과 내국인이 함께 외국인 밀집지역을 순찰하면 언어와 문화적 장벽을 넘어 더욱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다. 외국인 주민을 치안 관리의 대상이 아닌, 지역 안전을 함께 만들어가는 동반자로 포용하는 효과도 크다.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영국의 커뮤니티 폴리싱(Community Policing)은 지역경찰과 주민의 정기적 소통을 통해 범죄 취약요인과 주민 불안을 선제적으로 파악한다. 일본 역시 지역의 작은 치안 거점인 고반(交番·파출소)을 중심으로 경찰관이 주민들과 일상적으로 접촉하며 지역 사정을 세심히 파악한다. 이들 해외 사례가 주는 공통된 시사점은 순찰이 단순한 공간적 이동이 아니라, 지역의 위험을 파악하고 주민과 두터운 신뢰를 쌓는 핵심 치안 활동이라는 점이다. 아무리 첨단기술을 적극 활용하더라도 최종적인 판단과 책임은 항상 ‘사람’에게 있어야 한다.

  

 대구·경북 지역 역시 지역별 특성에 최적화된 맞춤형 순찰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대학가와 원룸 밀집지역, 전통시장과 유흥가, 농촌의 빈집과 고령자 밀집지역은 제각기 다른 위험요인을 안고 있다. 획일적인 순찰에서 벗어나 지역별 범죄 분석 데이터와 주민 의견을 적극 반영한 차별화된 순찰 전략이 필요하다.

  

 경찰은 순찰차가 몇 번 도로를 지나갔는가 하는 단순한 수치만을 성과로 삼아서는 안 된다. 범죄 취약 환경이 얼마나 개선되었는지, 반복 신고가 얼마나 줄었는지, 그리고 주민들이 체감하는 안전도가 얼마나 향상되었는지를 함께 평가해야 한다. 순찰의 성과는 ‘이동 거리’가 아닌 ‘주민의 불안이 얼마나 감소했는가’로 판단해야 한다.

  

 순찰은 경찰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경찰은 전문성과 책임성을 바탕으로 현장을 굳건히 지키고, 지방자치단체는 조명과 CCTV, 보행환경 개선 등 범죄예방 환경(CPTED) 구축에 힘써야 한다. 주민 또한 생활 속 위험 요소를 세심히 살피고 공동체 안전 활동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반려견 순찰대, 외국인 자율방범대, 대학생 순찰대 등 다양한 주민참여 모델을 지역 실정에 맞춰 지속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순찰은 결코 과거의 낡은 행정이 아니다. 경찰관의 따뜻한 발걸음과 첨단기술, 그리고 주민의 자발적 참여가 결합하는 미래형 공동체 치안의 출발점이다. 시민들은 여전히 경찰이 내가 사는 동네를 든든하게 지켜주기를 바란다. 경찰이 골목을 직접 걷고 주민과 눈을 맞추며 대화하고, 도움이 필요한 곳에 정확히 나타날 때 시민의 신뢰도 비로소 깊어진다.

  

 순찰은 거리의 눈이다. 그리고 우리가 사는 공동체가 서로를 따뜻하게 지키겠다는 가장 숭고한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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