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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 산 폭력, ‘사적 보복 대행’을 엄단하라

  • 편집부 기자
  • 입력 2026.10.08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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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균(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최근 돈을 받고 타인에게 위해를 가하거나 괴롭힘을 대신해 주는 소위 ‘보복 대행’ 범죄가 새로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인터넷과 텔레그램 등 익명 SNS를 통해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을 대신 혼내준다”, “스토킹이나 협박을 대행한다”라는 식의 광고가 버젓이 게시되고, 이것이 실제 범죄 실행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과거에는 개인 간의 갈등이 직접적인 다툼으로 표출되는 경향이 있었다면, 최근의 보복 대행은 돈을 주고 대리인을 고용해 표적을 괴롭히는 치밀하고 잔혹한 형태로 진화했다. 피해자 집 앞에 오물을 투척하거나 소음을 유발하는 주거침입 · 재물손괴형 괴롭힘부터, 개인정보를 유포하는 신상 털기식 디지털 성범죄 및 명예훼손, 나아가 직접적인 폭행이나 협박을 가하는 중범죄에 이르기까지 그 양상도 매우 다양하다.

 

 보복 대행 범죄의 가장 큰 위험성은 익명성 뒤에 숨은 ‘사적 응징의 범죄화 및 상업화’에 있다. 돈을 매개로 타인에게 폭력을 위탁하는 구조는 범죄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청소년이나 청년층이 사소한 금전적 유혹에 빠져 범죄 대행자로 전락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요청한 자와 실행한 자 모두 익명의 그늘 뒤에 숨어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비겁성을 띤다.

  

 이러한 현상이 확산하는 배경에는 여러 복합적인 원인이 존재한다. 경제적 양극화와 삶의 팍팍함 속에서 누적된 분노와 스트레스를 건강하게 해소하지 못하는 ‘분노조절 장애형 사회 구조’, 그리고 타인과의 건강한 소통이 부재한 각박한 풍토가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사법 절차를 통한 해결보다는 SNS의 익명성을 활용해 간편하게 사적 보복을 의뢰하고, 보복의 수위가 높아질수록 더 많은 대가를 지불하는 왜곡된 ‘폭력 시장’이 형성된 점은 우리 사회의 법치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다.

  

 그러나 이처럼 위험성이 높은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의 처벌 수위는 유독 관대하다. 현재 보복 대행 행위는 개별 구체적 행위에 따라 형법상 재물손괴, 협박, 폭행, 주거침입 등으로 파편화되어 처벌되고 있을 뿐이다.

  

 이와 관련하여 형법상의 법리적 보완과 수정이 시급하다. 현행 형법상 ‘보복범죄’에 대한 가중처벌 규정(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9)은 주로 ‘자신의 형사사건 수사나 재판과 관련하여 고소·고발·진술 등을 한 사람에게 보복하는 경우’로 제한되어 있다. 즉, 층간소음이나 연인 간 다툼 등 일반적인 사적 갈등에서 발생한 ‘사적 보복 대행’은 특가법상 보복범죄로 가중 처벌하기 어렵고, 교사범(청구자)과 정범(대행자)이라는 일반 형법 조항으로만 다뤄지는 법적 공백이 발생한다. 따라서 교사자에 대한 가중처벌 규정 신설 및 사적 보복 대행 자체를 단죄할 수 있는 형법 및 특별법의 보완 조항이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

  

 고대 로마의 법학자 시세로는 “법의 노예가 되는 것은 진정한 자유인이 되기 위함이다(Legum servi sumus ut liberi esse possimus)”라고 하였다. 개인적인 분노와 억울함이 있더라도 이를 법적 절차가 아닌 사적 폭력으로 해결하려는 순간, 사회의 정당한 질서는 무너지고 모두가 폭력의 피해자가 되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상태로 돌아가게 된다.

  

 사적 보복 대행이라는 변질된 폭력 시장을 뿌리 뽑기 위해서는 선제적이고 종합적인 사회적 처방이 시급하다.

  

 첫째, 법적 단죄의 칼날을 날카롭게 해야 한다. 보복을 청구하고 돈으로 폭력을 구매한 교사자에 대해 실행자보다 더 중한 형벌을 내릴 수 있도록 가중처벌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 아울러 온라인 공간에 버젓이 올라오는 보복 대행 광고 게시글 자체를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정보통신망법을 개정해 범죄의 유혹을 입구에서부터 차단해야 한다.

  

 둘째, 익명의 그늘을 걷어내는 강력한 수사 체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텔레그램이나 암호화된 SNS를 악용한 거래를 상시 모니터링하고, 디지털 성범죄 수사에서 검증된 위장수사 기법을 도입해 음지에서 이뤄지는 범죄의 고리를 선제적으로 끊어내야 한다.

  

 셋째, 사법 신뢰 회복과 건강한 소통 인프라 구축이 병행되어야 한다. 층간소음이나 개인 간 갈등을 법과 제도의 틀 안에서 공정하게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 이를 위해 지역사회 분쟁조정위원회를 실질화하고 분노조절 지원 프로그램을 확충하여, 사적 응징이 아닌 정당한 절차로 갈등을 풀어나가는 사회적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돈으로 폭력을 사고파는 행위는 우리 사회의 법치주의를 뿌리째 흔드는 위험한 범죄다. 익명성 뒤에 숨어 타인의 삶을 짓밟는 비겁한 폭력에 대해 우리 사회가 법의 엄정함을 단호하게 보여줄 때, 비로소 모두가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건강한 공동체가 완성될 것이다.

  

 사적 보복이 확산된다는 것은 국민이 공적 분쟁 해결 절차를 믿지 못하거나, 범죄를 의뢰해도 적발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경고일 수 있다. 그러므로 보복 대행 대책은 단순한 단속을 넘어 법치에 대한 신뢰 회복과 공적 갈등 해결체계의 강화로 이어져야 한다. 이것이 바로 ‘사적 보복의 시장’을 근본적으로 해체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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