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오랜 역사와 함께해 온 술은 소통과 위로의 매개체가 되기도 하지만, 적절한 수준을 넘어설 때 개인과 사회를 위협하는 흉기로 변한다. 과도한 음주는 뇌의 판단 기능을 흐리게 만들고 통제력을 상실시켜 순식간에 범죄의 길로 들어서게 한다. 뿐만 아니라 만취 상태에서는 범죄에 노출되더라도 기억을 못 하거나 증거 확보가 어려워 정작 자신이 피해자가 되어도 억울함을 호소하기 힘들어진다.
범죄학계에는 ‘술집 옆은 교도소’라는 오랜 우스갯소리가 있다. 서양 격언 중에도 “신이 성당을 지으면 악마는 그 옆에 예배당을 짓고, 선술집 옆에는 감옥이 들어선다(Where God built a church, the devil built a chapel nearby, and near the tavern stands the prison)”라는 속담이 전해 내려올 만큼, 음주의 위험성과 범죄의 연계성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명확히 입증된 사실이다.
m실제로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술집과 유흥업소가 밀집한 지역일수록 음주운전, 폭력, 성범죄의 발생 비율이 현저히 높다. 대구광역시만 보더라도 중구 동성로 클럽 골목, 수성구 황금동, 동대구역 주변 등 유흥업소가 밀집한 곳에서 밤마다 수많은 사건·사고와 112 신고가 집중된다. 현장 경찰관들에 따르면 야간 폭력 사건의 대다수가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 주먹을 휘두른 음주 사건이며, 전체 경찰 업무의 약 26.6%가 주취 범죄 처리 및 대응 관련 업무인 것으로 분석된다.
과거 조두순, 김길태, 오원춘 사건부터 최근의 각종 성범죄 및 교제 폭력 사건에 이르기까지 잔혹 강력범죄의 범행 당시 공통점 역시 대부분 범죄자가 ‘음주 상태’였다는 점이다. 통계적으로도 살인범의 30~70%, 폭력 전과자의 약 65%가 범행 당시 술을 마신 상태였던 것으로 나타난다. 더욱이 알코올 중독자의 자살률은 일반인보다 60배나 높고, 청소년 5명 중 1명이 음주 경험을 할 정도로 음주 문제가 연령을 가리지 않고 깊숙이 침투해 있어 매우 우려스럽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최근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출동한 112 경찰관과 119 구급대원을 향한 주취 폭력 사건이 끊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119구급대원 폭행 사건만 1,200건을 넘어서며 월평균 20건 이상 발생하고 있고, 이 중 80% 이상이 술에 취한 주취자에 의해 저질러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 사법부의 처벌은 여전히 ‘솜방망이’에 그치고 있다. 제복 입은 공직자를 폭행하고 공무를 방해했음에도 상당수가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로 풀려나며, 실형(징역형)이 선고되는 비율은 전체의 7~10%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술에 취했다는 이유로 감형을 받거나 벌금형 정도로 가볍게 처벌받다 보니, 공권력 경시 풍조와 함께 공공의 안전망마저 흔들리고 있다.
술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연간 15조 원을 웃도는 상황에서, 우리는 더 이상 음주 범죄와 주취 폭력을 ‘술 때문에 벌어진 실수’로 너그럽게 넘겨서는 안 된다. 음주운전이 무고한 생명을 앗아가는 강력범죄이듯, 출동한 경찰관과 구급대원을 폭행하는 행위 역시 사회 안전망을 무너뜨리는 중대 범죄로 엄벌해야 한다. 주취 상태에서의 공공 안전 침해 행위에 대한 벌금형 위주의 솜방망이 처벌을 폐지하고 무관용 원칙에 따른 강력한 징역형 등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아울러 지방자치단체와 교육계, 언론계, 경제계, 시민단체가 모두 손을 잡고 대대적인 건전 음주문화 캠페인에 나서야 할 때다. 음주 수칙인 ‘스트레스 해소용 음주 피하기’, ‘강권하지 않기’, ‘1차만 하기’, ‘주량 지키기’, ‘음주운전 절대 금지’가 우리 사회의 당연한 규범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관대한 음주문화 뒤에 숨은 범죄를 뿌리 뽑고, 시민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일에 우리 모두의 관심과 결단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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