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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과의 전쟁, 단속만으로는 끝나지 않는다

  • 편집부 기자
  • 입력 2026.09.30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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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균(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대한민국은 더 이상 ‘마약 청정국’이 아니다. 마약류 사범은 해마다 증가해 2만 명에 육박하고 있으며, 적발되지 않은 암수범죄까지 고려하면 실제 마약 사용과 중독 규모는 통계보다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

   

 더욱 심각한 것은 마약이 계층과 연령, 지역을 가리지 않고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과거 일부 집단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마약은 이제 주부, 회사원, 대학생, 중·고등학생과 농어촌 지역에까지 침투했다. 특히 10~30대 청년층의 마약류 사범 비중이 높은 것은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협하는 중대한 경고음이다.

 

 마약 확산의 배경에는 SNS와 텔레그램, 다크웹, 가상자산을 이용한 비대면 유통망이 자리 잡고 있다. 국제우편과 특송화물을 이용한 밀반입 수법도 지능화되고 있다. 여기에 취업난과 과도한 경쟁, 학업 · 직장 스트레스, 가족관계의 약화와 사회적 고립도 영향을 미친다. 일부 청년들은 마약을 현실의 고통을 잊기 위한 도피 수단이나 새로운 자극으로 오인한다.

  

 마약은 개인의 건강과 삶을 파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성범죄와 폭력, 강도, 교통사고 등 2차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이고, 가정 해체와 경제적 파탄 등 심각한 사회문제를 낳는다.

  

 그렇다면 단속과 처벌만 강화하면 마약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까?

  

 역사와 과학은 단순한 처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한다. 베트남전 당시 헤로인에 의존했던 많은 미군 병사들이 귀국 후 약물을 끊었다. 전쟁이라는 불안과 고립에서 벗어나 가족과 일상이 있는 환경으로 돌아온 것이 중요한 배경이었다.

  

 심리학자 브루스 알렉산더 교수의 유명한 ‘쥐 공원(Rat Park) 실험’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좁고 고립된 상자에 갇힌 쥐는 마약이 든 물만 계속 마시다 결국 죽음에 이르렀다. 하지만 맛있는 먹이, 장난감, 그리고 다른 쥐 동료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넓은 ‘쥐 공원’을 조성해 주자, 쥐들은 마약이 든 물을 거의 찾지 않았다. 중독을 일으키는 진짜 원인은 약물 성분 그 자체보다 ‘고립되고 쓸쓸한 환경’이었음을 증명한 실험이다.

  

 중독은 약물 자체의 문제인 동시에 관계 단절과 삶의 의미 상실에서 비롯될 수 있다. 따라서 마약 문제의 해법은 단속과 치료를 서로 대립시키는 것이 아니라, 단속의 칼날과 치료의 온기를 함께 작동시키는 데 있다.

  

 첫째, 국가정보원 · 경찰 · 검찰 · 관세청 등 관계기관의 공조를 강화해 제조 · 밀반입· 온라인 유통 · 자금세탁에 이르는 공급망을 뿌리 뽑아야 한다. 특히 말단 투약자 검거에 그치지 않고 다크웹과 텔레그램 유통조직, 가상자산 거래 흐름까지 추적해야 한다.

  

 둘째, ‘통합 사법-치료 연계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검거 단계부터 중독 정도와 정신건강 상태를 평가하고, 필요한 사람에게는 전문 의료·상담·재활 프로그램을 신속하게 연결해야 한다. 공급·판매 조직에는 엄정한 처벌을 하되, 치료가 필요한 투약자에게는 재범 방지와 사회 복귀를 위한 치료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셋째, 치료와 재활 인프라를 확충하고 청소년 예방교육을 내실화해야 한다. 마약류 중독 치료보호기관에 대한 예산과 전문인력을 확대하고, 학교에서는 단순한 경고식 교육을 넘어 온라인 유혹과 또래 압박에 대처하고 거절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예방 한 온스가 치료 한 파운드의 가치가 있다”는 미국 속담이 있다. 마약 문제에서도 예방은 치료보다 우선한다. 동시에 이미 중독에 빠진 사람을 사회적 낙인 속에 방치해서는 안 된다. ‘방미두점(防微杜漸)’, 작은 기미를 미리 막아 큰 재앙을 예방한다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처벌이라는 단속의 칼날만으로는 중독의 뿌리를 끊을 수 없다. 공급망에는 단호하게 대응하되, 중독자에게는 치료와 회복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사회적 유대감을 회복시키고 다시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치료의 온기’가 함께할 때, 비로소 대한민국은 마약의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촘촘한 안전망을 갖추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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