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시대라지만 정작 사람들은 외롭다. 친구와 술잔을 기울이면서도 시선은 저마다의 휴대폰 화면에 고정되어 있고, 인생의 깊은 고민을 스승이나 선배 대신 AI에게 묻는 풍경이 이제는 낯설지 않다. 기술은 고도로 진화했지만, 역설적이게도 사람 때문에 마음에 상처를 입고 밤잠을 설치는 이들은 오히려 늘어났다.
최근 연구실 문을 두드린 제자들의 고민도 그러했다. 열심히, 주도적으로 일하면 “건방지고 나댄다”는 손가락질이 돌아오고, 그렇다고 조용히 제 할 일만 하고 있으면 “소극적이고 패기가 없다”며 폄하당한다는 것이다. 어떤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 할지 몰라 혼란스러워하는 제자들의 지친 표정을 보며, 문득 어릴 적 읽었던 이솝우화 한 토막이 떠올랐다.
바로 ‘농부와 당나귀’ 이야기다.
가난한 아버지가 아들과 함께 마지막 재산인 당나귀를 팔러 시장으로 향한다. 처음엔 둘 다 걸어가니 “당나귀를 두고 걷는 어리석은 부자”라며 비웃는다. 아들을 타게 하니 “늙은 부모를 걷게 하는 불효자”라 비난하고, 아버지가 타니 “어린 자식을 고생시키는 이기적인 부모”라 손가락질한다. 둘이 함께 타니 “말 못 하는 짐승을 학대한다”고 욕을 하고, 결국 사람들의 말에 휘둘리다 못한 부자는 당나귀를 몽둥이에 묶어 짊어지고 다리를 건너다 냇물에 떨어뜨려 죽이고 만다.
이 허망한 우화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남의 시선과 말에 모든 기준을 맞추려다 보면, 결국 나 자신도 잃고 소중한 본질(당나귀)마저 잃게 된다는 사실이다.
상처받은 제자들에게, 그리고 타인의 평가라는 무거운 당나귀를 짊어지고 비틀거리는 이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다른 사람들의 말에 너무 많은 마음을 주지 마라. 사실 사람들은 생각만큼 너에게 그리 깊은 관심이 없다. 지나가며 던지는 비난이나 평가는 그들의 찰나의 기분일 뿐, 너의 삶을 책임져주지 않는다. 그리고 세상 모두에게 사랑받으려 애쓰지 마라. 사실 그건 불가능하고, 신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열심히 할 때 불어오는 바람도, 조용히 있을 때 들려 오는 소리도 그저 지나가는 바람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남들의 입’이 아니라 ‘너의 마음’이다.
차가운 정책을 연구하며 평생을 보냈지만, 내 삶과 제자들의 삶을 진정으로 움직인 것은 늘 따뜻한 마음의 중심이었다. 남들의 시선이라는 타인의 무대에서 배역을 연기하려 하지 말고, 오롯이 너만의 무대에서 너의 인생을 살아라. 타인의 말에 흔들리지 않고 스스로를 따뜻하게 안아줄 때, 비로소 세상의 어떤 바람에도 꺾이지 않는 단단한 자존감이 싹틀 것이다.
오늘도 타인의 시선 때문에 밤잠을 이루지 못했을 당신에게 진심을 담아 응원을 보낸다.
“괜찮다. 너는 지금 너만의 속도로, 아주 잘 살아가고 있다.”
BEST 뉴스
-
탄소 중립의 게임 체인저, 대마(Hemp)
보건학박사 김문년 전 세계는 지구 온난화 1.5℃ 한계선을 지키기 위해 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 중립(Net-Zero) 전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산업 공정 감축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 이미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포집·격리하는 인공적 기술(CCUS)은 톤당 100~600달러에 달... -
빨간 날보다 평범한 날이 좋은 이유
“아빠, 엄마! 저는 빨간 날이 싫어요.”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 시절, 나는 부모님께 늘 이렇게 말하곤 했다. 여기서 ‘빨간 날’이란 달력에 빨간색으로 표시된 일요일과 공휴일을 뜻한다. 그때는 토요일에도 수업이 있던 시절이었다. 학교에 가지 않는 공휴일이면 친구들을 만날 수 없었... -
‘술 김에’ 저지른 범죄, 솜방망이 처벌 언제까지 방치할 건가
박동균(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인류의 오랜 역사와 함께해 온 술은 소통과 위로의 매개체가 되기도 하지만, 적절한 수준을 넘어설 때 개인과 사회를 위협하는 흉기로 변한다. 과도한 음주는 뇌의 판단 기능을 흐리게 만들고 통제력을 상실시켜 순식간에 범죄의 길로 들어서... -
도덕성은 기본, 이젠 ‘일 잘하는 인재’를 검증하라
박동균(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개각을 계기로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가 다시 국민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이 장관 등 고위공직자를 임명하기 전, 국회가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 도덕성, 정책적 소신을... -
마약과의 전쟁, 단속만으로는 끝나지 않는다
박동균(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대한민국은 더 이상 ‘마약 청정국’이 아니다. 마약류 사범은 해마다 증가해 2만 명에 육박하고 있으며, 적발되지 않은 암수범죄까지 고려하면 실제 마약 사용과 중독 규모는 통계보다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 더욱 심... -
명절의 웃음 뒤에 숨은 눈물, 가정폭력을 막아야 한다
박동균(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가정폭력이 늘고 있다는데, 정말 그런가요?” 최근 사회부 기자들이 필자에게 자주 하는 질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신고 통계상 가정폭력은 분명 증가하고 있다. 경북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경북도 내 가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