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계 이황 미공개 유묵’ 최초 공개…민간 기록 30점의 사연과 가치 조명
- 한국국학진흥원 30주년 기념전…9월 1일부터 유교문화박물관서 개최
오랜 세월 민간의 궤짝 깊은 곳 그리고 종택 마루 밑에 숨어 있던 묵향(墨香)들이 마침내 빛을 본다. 한국국학진흥원이 개원 30주년을 맞아 지나온 발자취를 돌아보고 민간 기록유산의 참된 가치를 조명하는 2026 정기기획전 ‘서른 해의 빛, 서른 점의 보물’을 개최하고 있다. 9월 1일부터 오는 11월 1일까지 유교문화박물관 4층 기획전시실Ⅰ에서 두 달간 관람객을 맞이한다.
이번 전시는 지정 문화유산이라는 틀에 갇히지 않고, 진흥원 30년 역사 속에서 특별한 사연과 역사적 서사를 품게 된 대표 유물 30점을 엄선해 선보인다. 멸실 위기에 처했던 민간의 기록을 수집·보존하고, 나아가 세계기록유산으로 승화시킨 30년 여정이 유물 하나하나에 깃들어 있다.
전시는 진흥원의 발자취를 담은 프롤로그를 시작으로, 수집과 보존의 노력, 민간 기록의 세계화, 그리고 미래 세대로의 전승이라는 4가지 서사적 흐름으로 전개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세간에 처음으로 공개되는 희귀 자료들이 눈길을 끈다. 퇴계 이황이 남긴 유묵첩 가운데 하나인 「이자수의 조사첩[교첩]」이 최초로 베일을 벗는다. 또한 종택 마룻바닥 아래에서 기적적으로 발견된 「중국고금역대연혁지도」, 화재로 잿더미가 될 뻔했다가 극적으로 회수한 벼루와 그 기막힌 사연을 담은 「가연기」, 흩어져 있던 여러 문중의 기록을 모아 한 인물의 삶을 완벽히 복원해 낸 『조성당일기』 등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이 외에도 『징비록』과 『퇴계선생문집』 책판, 『수토절목』, 『전가보첩』 등 한국 국학 연구의 이정표가 된 굵직한 자료들이 대거 포함됐다. 문중의 사사로운 기록에 머물 뻔했던 ‘한국의 유교책판’, ‘한국의 편액’, ‘만인의 청원 만인소’, ‘내방가사’, ‘국채보상운동 기록’ 등이 체계적인 연구를 거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및 아시아·태평양 지역목록에 등재되기까지의 드라마틱한 과정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시각적 몰입감을 극대화한 미디어아트 연출도 돋보인다. 『퇴계선생문집』 책판 전시 공간에는 이황의 매화시와 매화 향기를 시각적으로 형상화한 미디어 영상이 아늑하게 펼쳐진다. 농암 이현보의 영정과 현판 속에 담긴 선비정신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영상 연출은 정적인 기록물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한국국학진흥원은 2001년 첫 기탁인 능성구씨 백담문중 자료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69만여 점에 달하는 방대한 국학자료를 수집해 왔다. 진흥원은 이번 전시 기간 중 30점의 유물에 얽힌 숨은 사연과 발견 비화를 다루는 기획보도를 순차적으로 이어가며 기록유산이 지닌 깊은 울림을 전할 예정이다.
과거를 지켜낸 30년의 노력이 오늘의 빛이 되었듯, 민간의 삶이 빚어낸 거대한 기록의 바다는 이제 전시장을 찾아온 관람객들에게 미래를 밝히는 등불이 되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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