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연구원 권용석 연구위원, 폭염 대비 도시설계 보고서 발표
- 경북 온열질환 전국 3위… 고령자 위험 공간 2위는 ‘길가’, 그늘 단절이 원인
- ‘보행그늘률’ 지표 도입 및 생육토양 부피 기준 신설 등 3대 실행 과제 제안

폭염이 기침처럼 번지는 여름철, 응급처치식 대응에서 벗어나 가로수와 도로 등 도시 인프라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매년 그늘막을 새로 설치하고 살수차를 돌리는 일시적 예산 투입 대신, 보행 공간에 연속적인 그늘을 만드는 구조적 재설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경북연구원 권용석 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연구 결과를 통해 경상북도의 폭염 위험도를 경고하며 가로수 공간 중심의 도시설계 전환을 강력히 촉구했다.
경북 온열질환 전국 3위… 실질 위험도 최상위권
경상북도의 폭염 피해는 심각한 수준이다. 2026년 여름(5월 15일~8월 6일 기준) 도내 온열질환자는 236명(사망 2명)으로 경기, 서울에 이어 전국 3위를 기록했다. 경북 인구가 경기도의 5분의 1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인구 대비 실질 발생률은 전국 최상위권에 해당한다.
특히 8월 초 기준 도내 17개 시·군에 폭염경보가, 11개 시·군에 열대야주의보가 발효되었으며 구미의 일 최고기온이 38.2℃까지 치솟는 등 폭염 강도가 매우 높다. 여기에 폭염에 취약한 고령인구 비중이 높다는 점도 위험을 키우는 요인이다.
온열질환 사각지대는 ‘길가’… 보행 그늘이 끊긴다
전국 온열질환자 통계에 따르면 발생 장소의 77.4%가 실외다. 실외작업장(25.7%)과 논밭(12.7%)에 이어 ‘길가’(12.5%)가 세 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80세 이상 고령층의 경우 길가(19.7%)에서의 온열질환 발생률이 논밭 다음으로 높았다.
공공공간인 길가에서 온열질환이 다수 발생하는 근본 원인은 보행로에 그늘이 없기 때문이다. 권 연구위원은 가로수가 심어져 있음에도 그늘이 부족한 이유로 두 가지 구조적 한계를 제시했다.
우선 나무 간격의 문제가 지적됐다. 성목 기준 수관폭이 6m로 자라는 나무를 현행 조례 기준에 맞춰 8m 간격으로 심으면, 성목이 된 후에도 나무 사이에 2m의 그늘 단절 구간이 발생하게 된다. 결국 보행자는 8m마다 직사광선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흙 부피의 부족 문제도 크다. 나무 뿌리가 내릴 생육토양 부피가 턱없이 부족하여 계획한 수관까지 자라지 못한다. 실제로 규격화된 독립 수목보호틀(1.0×1.0m)의 유효 토양부피는 2~3㎥에 불과해, 가로수가 활착한 후 수년 만에 성장을 멈추고 만다.
소모적 응급 대응 넘어 ‘30년 지속’ 인프라 구축해야
경상북도는 올해 여름에도 그늘막 1,579곳, 쿨링포그 36개, 살수차 65대를 가동하고 무더위쉼터 5,886곳(실내 5,590곳, 실외 296곳)을 운영하는 등 전국적으로 앞선 수준의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이러한 대책은 매년 예산을 새로 세워야 하는 일회성 대응에 집중되어 있다. 도시공간의 그늘을 구조적으로 개선하지 않으면 향후 30년간 동일한 예산 투입과 응급 대응을 매년 반복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권 연구위원은 경상북도가 선제적으로 추진해야 할 ‘경북형 가로수 공간 재설계 3대 실행 과제’를 제시했다.
첫째, 제도 및 지표의 정비가 필요하다. 경상북도는 ‘보행그늘률’과 ‘무그늘 연속연장’을 도 차원의 공통 성과지표로 도입하고, 각 시·군의 가로수 조례에 규정된 식재간격을 성목의 수관폭 기준으로 개정해야 한다.
둘째, 생육 토양 기준을 신설해야 한다. 현행 조경기준에서 다루지 않는 ‘1주당 생육토양부피’ 기준을 새롭게 마련하여 가로수 식재의 실효성을 확실히 담보해야 한다.
셋째, 고령자 생활동선 중심의 대책 마련이다. 농촌 지역 고령자의 이동 경로를 고려한 ‘읍면 쿨루트(Cool-Route)’를 지정하고, 이를 경북도청신도시와 혁신도시에 우선적으로 적용해 나가야 한다.
한 번 제대로 조성한 가로수 인프라는 30년 이상 폭염 차단 효과를 발휘한다. 폭염 대응 도시설계 기준을 제도화한 광역지자체가 아직 없는 만큼, 경상북도가 이번 체질 개선을 통해 전국적인 정책 표준을 선점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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