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 개성과 안동의 역사적 연결성 바탕으로 평화공존 의제 발굴
- 정치·군사 대립 넘어 지방정부와 시민이 참여하는 남북교류 모델 모색

남북 간의 대화와 교류가 전면 봉쇄된 경색 국면 속에서, 지방정부와 민간 차원의 역사·문화를 매개로 한 새로운 남북 교류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안동시협의회는 지난 7월 21일 안동시청 웅부관 청백실에서 ‘2026 평화공존 한반도를 위한 안동 Peace Road’ 제1차 강좌를 개최했다. 안동문화원이 후원한 이번 행사는 단순한 역사 특강을 넘어, 지속 가능한 남북교류 모델을 시민사회와 함께 고민하고 지역 친화적인 평화 의제를 발굴하기 위해 기획됐다. 이날 현장에는 민주평통 자문위원, 안동문화원 회원, 시민단체 관계자 등 100여 명이 참석해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첫 번째 강연자로 나선 국립경국대 문화유산학전공 배영동 교수는 ‘고려의 길, 평화의 길-고려시대 안동과 수도를 잇는 평화정신’을 주제로 무대에 올랐다. 배 교수는 후삼국 통합 과정과 고려왕조의 역사를 짚어보며, 안동이 국가적 위기 때마다 공동체를 지켜낸 역사문화도시임을 강조했다. 특히 안동이라는 지명 자체가 전쟁의 승리를 기념하는 데서 나아가 동쪽 지역의 안정과 백성의 평안을 기원했던 정치철학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배 교수는 고려왕조 500년 역사 속에서 안동이 발휘한 핵심 가치로 ‘환대’, ‘위무’, ‘화합’을 꼽았다. 홍건적의 침입으로 공민왕이 몽진했을 때 지역공동체가 왕실을 품어준 ‘환대의 정신’, 충렬왕 순행 이후 상처 입은 공동체를 보듬은 ‘위무의 정신’, 그리고 삼태사의 통합정신이 그것이다. 이러한 역사적 기억은 오늘날 차전놀이, 놋다리밟기, 하회탈춤 등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유산으로 고스란히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안동민주평통은 이번 강좌를 시작으로 ‘안동 Peace Road’ 사업을 본격적인 장기 프로젝트로 추진할 방침이다. 정부 간 정치적 접근이 정체될수록 비정치적 영역인 지방정부와 시민사회, 문화예술계의 교류가 더욱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고려의 수도였던 개성과 고려왕조의 흥망성쇠를 함께했던 안동의 역사적 연결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안동과 개성을 잇는 문화, 학술, 관광 교류를 구상해 상호 신뢰를 쌓아가는 지역 기반의 평화 모델을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유경상 안동시협의회장은 “평화는 정부만의 과제가 아니라 지역과 시민이 함께 만들어가야 할 시대적 가치”라며 “오늘의 작은 논의가 씨앗이 돼 훗날 안동 시민들이 개성의 공민왕 현릉을 찾고, 개성 시민들이 안동 하회마을과 봉정사에서 문화유산을 함께 체험하는 평화의 길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뜻을 밝혔다.
이어 유 회장은 “안동 Peace Road는 역사 속 평화정신을 오늘의 시대정신으로 되살려내는 작업”이라며 “안동이 역사문화도시를 넘어 한반도 평화공존의 상징도시로 발전할 수 있도록 시민들과 함께 평화 의제를 꾸준히 만들어가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안동민주평통은 오는 8월 19일 ‘고려말 조선초 안동의 평화와 해원 정신’을 주제로 제2차 강좌를 열고, 안동의 역사 속에 살아 숨 쉬는 화해와 상생의 가치를 현대적 평화 담론으로 재조명하는 공론의 장을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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